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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와인, 샤토 무통 로칠드, 단골 와인바

뱅키호테 2007. 6. 15. 10:07

CEO들은 얼마짜리 와인을 마실까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얼마나 비싼 와인을 마실까. 흔히 CEO들은 신문에 난 것처럼 몇 백만원, 몇 십만원짜리 와인을 즐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아주 소박한 가격대 와인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신문이 금융 전자 자동차 정보통신 증권 식품 등 국내 각 산업에 종사하는 CEO 33명을 대상으로 와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를 넘는 76%가 10만원대 미만 중저가 와인을 주로 마시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응답자 중 43%는 3만원에서 5만원대 저가 와인을 애용한다고 답해 일반 와인 상식을 깼다. 나머지 33%는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 제품을 즐긴다. 이는 한국 사회에 팽배해 있는 '비싼 와인=좋은 와인'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CEO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와인을 선택할까.

정답은 '맛'에 있다. 전체 응답자의 48%(복수응답)가 와인을 고를 때 맛을 가장 중시한다고 했다. 이어서 '업무'상 와인을 마신다는 사람이 39%나 됐는데 이는 와인이 비즈니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밖에 사교로 마신다는 응답도 33%로 높게 나와 와인이 사교의 장에서 맥주나 양주의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프렌치 패러독스, 즉 건강 때문에 와인을 마신다는 CEO도 27%나 됐다. 프렌치 패러독스란 프랑스 사람들도 다른 서구인들처럼 고기를 많이 먹지만 심장병에 훨씬 덜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알고 보니 와인을 즐겨 마시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CEO들은 한 달에 7번 정도, 평균 4일에 한 번가량 와인을 마신다는 사람이 70%로 가장 많았다. 세분하면 33%는 한 달에 4번, 36%는 한 달에 5~7번 와인을 마신다.

이번에 조사한 CEO의 와인 경력은 5~15년이 가장 많았다. 이 중 30%는 5~10년, 21%는 11~15년간 와인을 마시고 있다.

'와인의 본고장'은 프랑스다. 어느 나라 와인을 주로 마시는지 묻는 질문에 CEO 중 61%는 프랑스산 와인을 꼽았다. 우아하고 품격이 있어 와인 특유의 맛과 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프랑스산 와인을 선호한다고 답변한 CEO 중 70%는 보르도지역 와인을 좋아한다고 했다. 보르도지역은 샤토 마고를 비롯해 샤토 무통 로칠드 등 최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신대륙 미국산 와인을 좋하하는 사람도 21%나 됐다.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으며 최근 한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높이고 있는 칠레산 와인은 15%.

요즘 기업 경영자들 사이에서는 "경영을 하려면 와인을 모르면 안된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한국 비즈니스 문화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당수 경영자가 와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심지어는 개인강습을 받는 이도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설문에 응한 CEO 과반수가 "와인 공부가 필요하다(79%)"고 응답했다. 61%는 와인 지식을 쌓기 위해 과외공부를 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특히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와인 공부를 해본 적이 있다"며 "회사 경영에 와인 공부는 필수라고 본다"고 말했다. A사장도 "비즈니스 모임에서 와인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며 "틈날 때 와인 서적을 봐둔 것이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와인 지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CEO도 많지는 않지만 30%나 됐다. 그러나 신헌철 SK주식회사 사장은 "와인 관련 기사나 상식은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즐겨 보는 편"이라면서도 "와인은 즐기는 대상이지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CEO들 가장 좋아하는 와인, 샤토 무통 로칠드


CEO들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은 무엇일까.

영예의 1위 자리는 프랑스산 고급 와인의 대명사인 '샤토 무통 로칠드'가 차지했다. 가격에 비해 품질이 뛰어나다는 칠레산 와인 '알마 비바'도 비슷한 선택을 받았다.

그렇지만 샤토 무통 로칠드와 알마 비바를 선택한 응답자는 전체의 4분의 1인 25%에 불과했다. 그만큼 선호하는 와인이 다양하다는 뜻이다. 샤토 무통 로칠드는 프랑스 보르도지방에서 생산된다. 프랑스 와인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제품에만 부여하는 샤토 1등급으로 분류된다. 특히 2000년산 제품은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금세기 최고로 꼽힌다. 병당 가격은 150만원 선으로 일부에서는 명성에 비해 저렴하다는 의견도 내고 있다. 야생 산딸기 향과 삼나무 향이 어우러져 와인 특유의 그윽한 향을 궁극의 경지까지 이끌어냈다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알마 비바는 칠레의 유명 와인 산지인 푸엔테 알토 제품이다. 깊고 부드러운 타닌의 맛이 칠레 와인 중 으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시큼하고 깊은맛을 내는 것으로 유명한 포도 품종인 산지오베제를 주원료로 블렌딩한 제품이다.

가격은 병당 9만원 선.

이 밖에 최고가 와인으로 잘 알려진 로마네콩티를 비롯해 샤토 탈보, 인시그니아, 샤토 라 루비에르, DRC 리시브루, 티냐넬로, 샤토 라피드 로스차일드 등이 뽑혔다.

CEO들이 선호하는 와인바

CEO들이 어디서 뭘 먹고 마시는지 세인들에게는 늘 관심사다. 요즘 불고 있는 와인 인기를 생각하면 CEO들이 단골로 가는 와인바는 일반인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CEO들은 어떤 와인바를 다닐까?  

서울 강남 청담동에 있는 '베라짜노'는 CEO 팬이 많다. 설문에 응한 CEO 중 16% 정도가 이곳을 "가장 선호한다"고 답했다. 베라짜노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와인 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바 명칭은 이탈리아 명품와인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300여 가지 중고가 와인을 주로 판매한다.

서울 압구정동 성수대교 남단에 있는 '뱅가(VINGA)'도 CEO들에게 인기 장소로 꼽힌다. 응답자 중 12%가량이 이곳을 추천했다. 뱅가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진 오남수 금호아시아나 사장은 "지인이나 업무상 모임을 레스토랑에서 할 때 와인을 곁들이는 때가 잦다"며 "하지만 가끔 와인 자체를 즐기고 싶을 때면 뱅가에 들르곤 한다"고 말했다.

삼성동 파크하얏트서울호텔 꼭대기에 있는 '더 라운지'도 인기 있는 모임 장소로 종종 언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