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심 사/와인글모음
와인스트레스 벗어나고싶다
뱅키호테
2007. 12. 7. 14:14
[와인] 와인스트레스 벗어나고싶다 | ||||||||||||||||||
| ||||||||||||||||||
■ 사례 1 = 와인 애호가인 대기업 CEO Y사장은 최근 다소 황당한 경험을 했다. 정부 부처 고위 공무원과 식사 할 일이 있어 나름대로 사흘 이상 고심한 끝에 샤토 마고 1986빈티지를 준비했던 그는 자리가 끝난 뒤 "공연히 아까운 와인만 버렸다"는 씁쓸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5대 특급 와인 중 하나인 `와인의 여왕` 샤토 마고를 대접했는데도 상대방이 너무 무덤덤했던 것. 한마디로 와인의 W자도 모르는 사람에게 진주 목걸이를 걸어준 셈이 됐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리의 성격이나 모이는 사람들의 특성,그날의 메뉴 등을 감안해 와인을 고르느라 몇날 며칠 고민하기도 합니다. 즐거운 고민이긴 하지만 막상 받는 사람이 그런 정성이나 수고를 전혀 알아주지 않고 와인에 대해서도 완전히 `모르쇠`면 그야말로 김이 빠지죠." Y사장의 솔직한 토로다. ■ 사례 2 = 중견 기업체 회장인 H회장은 와인을 너무 몰라서 실례를 했던 사례. "추석 때 지인이 와인을 한 병 보냈는데 그냥 와인인가보다 하고 넣어뒀죠. 그런데 한 2주일 정도 지나서 이 사람을 만났는데 `보내드린 와인이 어떻던가요?` 하고 물어보는 겁니다. 그래서 `어, 참 좋습디다` 하고선 자리를 피했죠. 그런데 한 달 정도 있다가 그 양반을 다시 만났는데 이 양반이 또 `그 와인 진짜 괜찮던가요?`이러는 겁니다. 와인 한 병 보내주고 생색 낸다는 생각이 들어 은근히 불쾌해집디다. 그래도 도대체 무슨 와인인가 싶어서 집에 와서 아들더러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라고 시켰습니다. 그랬더니 그 와인이 병당 250만원이 넘는다는 특급 와인 `샤토 페트뤼스`였던 겁니다. 내가 와인에 대해 조금만 알았어도 받자마자 바로 인사를 했을 텐데…. 그런 걸 보내줬는데도 감감무소식이니 상대방이 궁금할 만도 했던 겁니다. 그 일 이후 와인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최근 와인이 연말연시 모임의 주류(酒流)가 되다 보니 와인 스트레스가 한층 더할 법하다. 그런데 CEO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자신이 와인을 몰라서 받는 스트레스도 있지만 와인을 너무 잘 아는 사람을 만나 와인 강의를 듣느라 고역을 치렀다는 경험담이 적지 않다. 대형 건설사 J상무는 "와인에 대해 너무 아는 체하는 사람을 만나면 초반부터 피곤함이 확 몰려온다"며 "와인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호주, 칠레까지 어거지로 세계여행 한번 하고 나면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고 말했다. A그룹 홍보담당 임원도 "약간의 지식 전수는 분위기를 매끄럽게 하지만 너무 아는 게 많아서 자아도취식으로 풀어 놓기 시작하면 참 곤란하더라"면서 "둘만 있으면 그나마 참고 견디면 되는데 다른 손님들이 있으면 눈치가 보인다"고 털어놓았다. 와인에 대해 너무 아는 척하는 것도 결례지만 와인에 대해 생판 모르는 것도 상당히 곤란하더라는 경험담도 많이 나왔다. 모 은행 임원은 "와인을 너무 모르는 사람도 싫다"고 잘라 말했다. "대접을 하면 상대방이 좀 알아줘야 하는데 하얀 것은 화이트, 빨간 것은 레드라는 것밖에 모른다며 배짱 좋게 나오면 황당하다"면서 "비싼 거나 싼 거나 나한테는 다 그게 그거라거나, 맛 차이가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분위기 깨는 사람도 질색"이라고 말했다. 모 그룹 임원은 "나름대로는 신경 써서 20만~30만원 이상 가는 와인을 대접했는데 상대방이 귀한 줄도 모르고 제대로 된 인사도 안 하고 그러면 참 기운이 빠지더라"고 했다. 그는 "와인 애호가로 소문 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방북했을 때 샤토 라투르를 내놨는데 샤토 라투르 가운데서는 C급을 내놨다고 하더라"면서 "김 위원장이 DJ가 와인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을 알고 나름으로는 `테스트`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와인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다면 상당히 불쾌했을 대접이었다는 것.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 별 이름 없는 부르고뉴 지방 와인을 대접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와인에 대해서 조예가 깊은 서울대 P교수는 "제일 꼴불견은 돈으로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비싼 와인이면 무조건 좋다면서 돈 자랑 하듯이 와인 고르는 사람이 최악이라는 것.
와인을 마시면서 시끌벅적하게 떠들거나 원샷을 하거나 폭탄주를 만들어 먹는 것도 꼴불견으로 꼽혔다. 중견 기업 회장인 C회장은 "와인으로 장난 치는 사람이 제일 싫다"면서 "와인에다 코냑 섞고 맥주 섞고 해서 원샷 하라는 사람들이 있던데 다시 만나기가 싫었다"고 털어놨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S사장은 "와인을 잘 아는 한 영국인 친구한테 5만원대 와인을 대접했는데 `자기가 마신 와인 중에 가장 좋다`며 극찬을 하더라"면서 "상대방이 준비한 와인에 대한 개인적인 품평이나 적절한 칭찬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매너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와인 수입업체인 아영FBC 김영심 실장은 "연말 모임에서는 지인들과 즐거운 분위기에서 모두 함께 마실 수 있는 와인이 제일 좋다"면서 "와인은 어디까지나 모임의 곁들이인데 와인이 주인공이 되고, 사람들이 들러리가 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매경 채경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