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상처받은 땅… '기적의 씨앗'을 심다
(이 태석요한 신부님께서 수단현지에서 2년여 동안 생활성서사에 제공하셨던 글이 책으로 출간되어 전에 저희 장학회 작은음악회 기사를 썼던 조선일보
상처받은 땅… '기적의 씨앗'을 심다
수단에서 8년째 의사·선교사로 봉사하는
수년간 계속된 내전(內戰)의 상흔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아프리카 수단의 풍경이다. 수단 남부 톤즈라는 시골에서 8년째 의사 겸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천주교 살레시오회
월간 《생활성서》에 2년간 연재했던 글을 모은 책을 펴면 아프리카의 광활한 대지에서 현지인들의 몸과 마음을 고쳐주고 있는 이 신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허허벌판에 움막 성당과 진료소, 학교를 지은 이 신부는 제대로 갖춰진 것이 하나도 없는 이곳에서 닥쳐오는 모든 역경을 묵상(默想)의 주제로 삼고 늘 하느님을 만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진료실로 들어오는 환자의 걸음걸이와 눈동자만 봐도 어떤 종류의 말라리아에 걸렸는지 알아챌 정도가 되기까지는 본인 스스로도 수차례 말라리아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매년 수백명이 세례를 받을 정도로 선교적 성과도 있었다. 함께 아파하고 먼저 안아주는 시간이 쌓이면서 이제 현지 아이들은 그를 '쫄리'라고 부른다. 그의 세례명 요한(John)과 성(Lee)을 발음하기 쉽게 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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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스밴드를 결성한 이야기는 영화 《미션》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미션》의 남미 원주민처럼 수단의 원주민도 탁월한 음감(音感)을 가지고 있어 배운 지 일주일 만에 양손으로 오르간을 연주하는 아이까지 나왔다. 이들의 뛰어난 소질을 발견한 이 신부는 한국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2년 전 플루트·트럼펫 등을 구입해 35인조 밴드를 만들었다. 수단의 명물이 된 밴드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 초대돼 성가(聖歌)를 연주할 정도로 발전했다.
8년을 지내는 동안 수단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3일씩 걸리던 길이 포장돼 1시간이면 닿을 수 있게 됐고, 태양열을 이용해 위성TV와 인터넷도 쓸 수 있게 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 신부 스스로는 영성(靈性)을 키웠다. 책 곳곳에는 잠언 같은 구절이 수두룩하다. "가진 것 하나를 열로 나누면 10분의 1로 줄어드는 속세의 수학과 달리 그것이 '천'이나 '만'으로 부푼다는 하늘나라의 참된 수학" "골통(말썽쟁이 아이)들은 운동선수들이 다리에 차고 뛰는 모래주머니 같다. 매고 달릴 때 힘이 들긴 하지만 계속 달리다 보면 모래주머니가 종아리에 알통이 배게 하듯 우리의 인내심에 알통이 배게 한다" 등이다. 이 신부는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예수님께서 이 시대에 수단에서 태어나셨다면 어떤 기적을 일으키셨을까'를 생각한다"며 "끈질긴 인내가 최고의 무기일 듯싶다"고 말했다.
일시 귀국한 이 신부는 "먼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다양한 사건을 통해 역동적으로 역사하시는 하느님을 느낀다면 이 책의 내용은 곧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5/21/200905210189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