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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섭의 와인프로포즈> 와인 고르기의 정석

뱅키호테 2009. 10. 16. 17:38

와인을 좋아하면서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바로 와인 고르기다. 대충 아무거나 고르면 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저마다의 기준이 있겠지만, 대다수 사람이 와인을 고를 때 가장 중시하는 점은 바로 가격이다. 가격에 비해 가치가 높은 와인을 고르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같은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와인숍에 진열돼 있는 많은 와인 가운데 어떤 제품이 가치 있는지 찾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와인을 고를 때 참고할 도우미를 소개한다.

▶세계적인 와인평론가의 평가를 참고하라=세계적으로 와인 평론가로 활동하는 사람은 굉장히 많지만 로버트 파커와 휴 존슨을 가장 대표적인 와인 평론가로 내세워도 이견이 없다.
파커는 미국인으로, 60대 초반의 변호사 출신 와인 전문가다. 파커는 매년 보르도 와인이 출시되면 와인에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기는데, 그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 보니 각 와이너리에서도 그의 평가가 나온 후 와인을 출시하기까지 한다. 지금까지 파커 포인트 100점 만점을 얻은 와인의 면면을 잠시 살펴보면 이렇다. 샤또 라피트 로쉴드 1996년, 스크리밍 이글 1997년, 샤또 페트뤼스 1990년 등 그 이름만으로도 와인 애호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명품 와인이다. 이렇게 파커에 의해 100점 만점 혹은 아주 좋은 점수를 받은 와인은 세계적으로 그 값이 폭등,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곤 했다. 파커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로버트 파커

하지만 영국 출신의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존슨은 와인에 점수를 매기는 방법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는 파커 포인트란 것은 지극히 미국적 사고방식의 발로이며, 무엇이든 디지털화하고 경쟁의 대상으로 여기는 발상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는 와인에는 저마다의 개성이 있으며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그는 와인을 점수로 표현하지 않고 만족할 만한 와인, 주의를 끄는 와인 등 완곡히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The World Atlas of Wine’ ‘Hugh Johnson’s Pocket Wine Book’ 등이 있는데 이 두 가지 책은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다.

이렇게 두 사람의 와인을 평가하는 철학은 완전히 다르지만 장단점이 있다. 파커는 와인에 대한 정보를 100점 만점의 점수로 표현, 소비자가 와인을 선택하기 쉽게 해주었다. 존슨은 그의 저서를 통해 와인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많은 공헌을 했다. 가령 이 와인을 언제 마시면 좋을지, 맛의 경향은 어떤지 등을 소비자에게 알려 적절히 와인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와인전문 잡지를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와인전문 잡지로는 와인리뷰와 와이니즈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외국의 와인전문 잡지로는 와인스펙테이터나 디캔터 등을 추천한다. 특히 와인스펙테이터는 매년 연말 그해의 100대 와인을 선정하는데, 100대 와인에 선정된 와인은 바로 품귀현상을 보인다. 한 예로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느낌의 포르투갈 와인인 퀸타 도 크리스토(Quinta do Crasto)의 경우 2008년 와인스펙테이터에서 퀸타 도 크라스토 도우로 리제르바 2005년이 일약 3위에 오르면서 그동안 판매가 거의 없던 와인이 동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역시 와인전문지의 평가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소비자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계기였다.

▶와인 서적에 등장하는 와인을 구매하자=책에서 소개한 와인을 고르면 책 내용과 자신의 느낌을 비교해 보면서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몇 년 전부터 많은 기업의 필독서로 지정, 국내 와인 마니아를 열광시킨 책이 있다. 바로 일본의 와인만화 ‘신의 물방울’이다. 일본에서는 만화에 그치지 않고 드라마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에게 와인의 향을 느끼게 했다. 드라마에서 신의 물방울로 채택된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의 샤또 르 삐(Chateau Le Puy)다.

이 와인은 400여년간 단 한 방울의 농약도 사용하지 않고 만드는 청정 와인이다. 이곳 주인의 생각은 와인은 최대한의 자연이 반영되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땅 밑 70m까지 내려간 뿌리에서 모아주는 양분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이 와인이야말로 신의 물방울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두 사람이 이 와인을 마시고 감동하면서 그동안의 대결구도를 마치고 화해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네티즌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보자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와인을 마시고 다양한 평가를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아마추어지만 그 전문지식이나 와인에 대한 열정은 웬만한 전문가 못지않다. 또한 공급자의 입장이 아닌 철저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파워블로거의 평가는 많은 사람의 공감 속에 와인을 구매하는 바이블로 통한다. 유명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유명 와인카페의 운영자는 이런 대중의 인기에 힘입어 소비자의 와인 구매를 돕기 위한 책을 펴낸다.

이 외에도 여러 와인 대회에서 성과를 올린 와인이나 와인 수입사의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것도 좋다. 주변에 와인을 즐기는 이의 의견을 듣고 구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글=김진섭 LG상사 트윈와인 마케팅팀장(와인전문가/jskim@lg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