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핫이슈
티맥스소프트 박대연(52·그림) 사장은 19일 또 한번 무모한(?) 도전을 시도한다. 노키아의 ‘심비안’,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모바일’이 양분하고 있는 휴대전화 운영체제(OS)시장에 새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OS를 개발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이전에 다른 획기적 기술을 개발했을 때도 ‘제품만 좋다고 IBM이나 오라클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 맞설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결국 시장 확대에 성공했듯이 OS도 곧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OS 개발로 티맥스는 세계적 시스템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버금가는 다양한 기술을 갖추게 됐다. 현재 ‘미들웨어·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OS’라는 3대 시스템 소프트웨어 기술을 모두 가진 기업은 IBM과 MS뿐이다.
티맥스는 우리나라의 간판 소프트웨어 업체다. 기술 개발이 생명인 만큼 직원의 30%인 461명이 전문 연구원이다. 박 사장은 1997년 창업 이래 줄곧 연구소장을 맡아 해외 업체가 장악했던 국내 시스템 소프트웨어 시장을 탈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티맥스의 국내 미들웨어 시장 점유율은 35%에 이른다. 지난달 12일 CEO에 취임한 뒤에도 그는 8시간씩 이어지는 연구원들과의 마라톤 토론을 일주일에 두세 번씩 소화한다.
그는 “매서운 질문과 논리적 대응, 재공격으로 이어지는 열정적 토론이야말로 창의력 개발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또 남다른 발상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치열한 고민과 몰입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전남 담양 태생인 그의 집은 몹시 가난했다. 먹을 것이 없어 막내 동생을 입양 보내야 할 정도였다. 6남매 중 장남인 그는 초등학교만 간신히 졸업한 뒤 광주의 화물회사 사환이 됐다. 그러나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이 신세를 벗어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광주상업고등학교야간에 들어갔다. 전교 1등으로 졸업해야만 은행원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죽자 사자 매달렸다. 은행에 들어가서도 남들이 꺼리는 전산실 근무를 자원해 단시일에 핵심 인력이 됐다.
그는 “도전적인 직원이 창의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뭐든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보다 틀렸다고 자기 주장을 낼 줄 아는 친구가 빨리 배우고 성과도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직원들과 토론할 때면 답하기 힘든 질문을 계속 던진다. 직원들은 방어와 공격을 위해 쉼 없이 머리를 굴린다. 이 과정에서 안개 속 같던 생각들이 정리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또 “직원들의 창의성을 끌어내려면 회사를 집보다 편하고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회사 생활을 통해 자신이 발전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런 경영철학 때문인지 연구원들의 이직률은 1%도 안 된다.
그는 창의적이란 건 꼭 머리가 좋다는 뜻이 아니라고 말한다. 깊은 좌절을 느껴본 사람만이 남다른 발견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큰 문제에 부닥치면 자신의 능력을 탓하며 절망하게 된다. 그런 고민이 최고조에 달하면 잠을 자다 꿈 속에서 답을 찾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연구원들에게 “진정한 프로그래밍의 구루(도사)는 꿈 속에서 알고리즘을 짜는 사람이 아니라 에러를 찾아내는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박 사장은 “일이 재미있어 지독하게 몰두하는 사람은 두려울 게 없다”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열정을 바치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