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가(禪家)에 졸탁동시(卒啄同時)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미 새가 알을 품어서 부화할 때가 되면 새끼새가 알 안에서 톡톡 쪼는데,
이것을 '졸'이라 합니다.
밖에서 기다리던 어미 새가 이 소리를 듣고 탁탁 쪼아 부화를 도웁니다.
이것을 '탁'이라 합니다.
이렇게 '졸'과 '탁'이 동시에 이루어져 새로운 생명이 탄생합니다.
사순절은 ‘졸’의 시기입니다.
자신의 존재 의미를 자꾸만 뒤덮는 삶의 껍질들을 벗어 던지기 위하여,
영원한 생명이신 하느님께서 들으실 수 있도록
껍질 속에서 쪼아대는 시기입니다.
이와 같이 ‘졸’ 이 있을 때 어미 새가 그 소리를 듣고 ‘딱 딱’ 도움을
주듯이 하느님께서 죽음의 껍질로 덮여가는 우리의 생명을 영원한 생명으로
살려내실 수 있습니다.
‘졸’이 없는 인생은 ‘탁’이 없습니다.
그런 인생은 곯아서 마침내 썩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사순절은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기 위하여 채비하는 시기요,
더 이상 자라지 못하거나 날지 못하는 상태에서 새로운 힘을 충전시켜 푸르고
높은 하늘을 자유로이 날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지금의 나는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성숙하지 못한 채 여러 가지 잡다한
감정들과 모순들에 쌓여서 자신의 참모습을 잃었다면
이번 사순절에는 「내가 발을 씻어준다는 것은」과 함께
‘졸’의 시기를 보다 체계적으로 지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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