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동훈 유통팀장의 컨슈머 리포트] 와인값 파괴 일단 성공… 소비자는 싸게 마셨다
신세계발(發) 가격 전쟁 다른 유통업체들도 동참
와인값 낮추는 데 기여 와인 수입업체는 죽을 맛
전문화·고급화로 승부걸듯
"와인에 얽힌 스토리와 재배지역·품종에 따른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신세계는 가격으로만 얘기한다."(A와인업체 대표)
"와인 가격이 아직도 너무 비싸다. 시장을 키우고 더 많은 소비자가 와인을 즐기려면 가격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신세계L&B 여무상 대표)
신세계가 와인가격의 합리화를 명분으로 와인사업을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백화점들은 와인가격을 속속 내렸고, 와인수입사들은 불경기로 인해 와인 수요마저 급감해 '엎친 데 덮친' 꼴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치열한 경쟁으로 선택 폭이 늘고 가격도 떨어져 이런 상황을 반기고 있다.
- ▲ 4일 낮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 마련된 와인매장에서 고객들이 신세계가 자체 수입한 와인들로 구성된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달 초부터 일부 와인의 판매가격을 20~40% 내리는 것을 시작으로 와인가격 거품 빼기에 나섰다./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의 와인가격 파괴… 일단 성공적
신세계가 와인수입전문업체인 신세계L&B를 설립한 것은 작년 12월. 신세계L&B는 5개월의 준비를 거쳐 지난달 초 이마트·신세계백화점·조선호텔에 상품을 납품하며 본격 영업을 시작했다. 상품 규모는 260여개로 프랑스·독일·미국·호주 등 총 9개국의 51개 와이너리에서 소싱했다. 1차 물량만 35만병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컸다.
신세계 구학서 부회장은 "국내 와인가격은 각종 세금과 높은 유통마진으로 인해 거품 논란에 휩싸여 왔다"며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 이익을 극대화하겠다"고 취지를 말했다. 신세계L&B는 대량발주를 통해 구매 단가를 낮추고 자체 마진을 최소화해 와인 가격을 현재보다 20~40% 내리겠다는 복안이다. 신세계L&B는 환율이 안정되고 거래 물량이 늘어나면 가격을 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가격 합리화'와 '소비자 이익'을 내세운 신세계의 실험은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이마트·신세계백화점·조선호텔이란 기본 판로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 현장 소비자들이 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신세계L&B가 들여온 칠레산(産) G7 시리즈(병당 6900원)의 경우 올 5월 7일부터 6월 2일까지 총 2만3530병이 팔렸다.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와인'이란 경쟁사들의 혹평 속에서도 매일 900병 가까이 팔린 셈이다. 신세계L&B는 G7의 인기가 치솟자 급히 9만병을 추가 주문했다. 신세계L&B 이미아 수석부장은 "부부나 친구끼리 가볍게 한잔씩 마실 수 있는 부담 없는 와인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게 입증됐다"고 말했다.
◆발 빠르게 대응 나선 백화점·대형마트들
경쟁업체들도 가격 인하로 방어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1일부터 25개 전 점에서 고가와인에 대한 '그린 프라이스' 제도를 도입, 인기 와인 74개 품목에 대해 최고 60% 정도 가격을 내렸다. 롯데백화점 최원일 이사는 "그동안 정상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수시로 할인행사를 벌였던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산지에서의 직소싱 강화와 롯데만의 단독상품 개발로 와인가격을 안정화시키겠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5일부터 9일까지 전 점에서 '와인페어'를 열고 총 1000개 품목 30만병을 평소 가격보다 40~60% 인하한 가격에 판다.
대형마트의 경우, 홈플러스는 본사 테스코와의 협업(協業)을 통해 검증된 직수입 와인을 들여와 원가를 낮추고 대중화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도 그룹 소속사인 롯데주류BG를 통해 직수입 와인을 현재 20여개에서 연말까지 70여개로 늘리고 특히 2만원 이하 와인을 집중 보강할 계획이다.
◆수입업체들은 반발… 와인업계 재편 계기될 듯
신세계의 가격파괴 공세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신세계이마트에서 올린 업체들은 타격이 크다.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와인수입액은 3929만달러로 작년 동기(6242만달러)를 한참 밑돌아 수입업체들의 손실은 더 커질 전망이다. B회사 대표는 "신세계·롯데 등 대기업들이 와인 가격파괴를 가속화하고 일반 음식점과 와인바에까지 손을 대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며 "경쟁력 없는 수입사들이 무너져 업계가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10위 안팎의 수입사들은 전문화·고급화로 선회할 움직임이다. 가령 와인나라는 프랑스와인 전문매장, 이탈리아 와인 전문매장 등으로 특화할 방침이다. 신동와인 관계자는 "우리만의 장점을 계속 살려 '우리 고객'에게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송동훈 유통팀장 dhsong@chosun.com
- ▲ 송동훈 유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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