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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와인 <세컨드 와인> 소개

뱅키호테 2009. 10. 16. 17:32

알뜰한 당신께 ‘세컨드 와인’을 소개할게요~
지난달 영국 와인 전문지 디캔터는 특1급 와인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세컨드 와인 ‘카뤼아드 드 라피트’가 고급 와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에선 투기 거래가 일어날 만큼 이 와인을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세컨드 와인은 애호가들 사이에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잘만 고르면 퍼스트 와인 못지않은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세컨드 와인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착한’ 명품, 세컨드 와인=프랑스 보르도의 그랑크뤼급 와인은 와인계의 ‘명품’으로 불린다. 오랜 역사와 이상적인 포도 재배 환경, 엄격한 품질 관리 기준 등 삼박자가 빚어낸 산물인 만큼 빈티지에 따라 최고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그러나 명품 패션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명품 와인도 세컨드 브랜드가 있다. 고급 샤토 와인의 풍미를 절반 이하의 가격에 경험할 수 있어 애호가들 사이에선 ‘착한’ 명품 와인으로 통한다.

세컨드 와인은 그랑크뤼급의 포도밭에서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이 나올 때 별도의 브랜드를 다는 것이다. 포도나무의 수령이 퍼스트 와인에 비해 어리거나 새로 경작한 포도밭, 포도밭 내 다른 구획 등에서 딴 포도로 만드는 경우도 세컨드 와인으로 생산된다.

세컨드 와인의 인기비결은 저렴한 가격에 있다. 그랑크뤼급의 와인들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싼 반면 세컨드 와인은 대부분 퍼스트 와인의 절반 이하의 가격에 선보이기 때문이다. ‘샤토 마고’의 세컨드 와인은 가격이 빈티지에 따라 퍼스트 와인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샤토의 명성에 손색이 없을 만큼 진한 풍미를 내뿜는다. 세컨드 와인은 그랑크뤼 와인보다 시음 적기도 빠른 편이다. 여기에다 세컨드 와인이 표출하는 색다른 개성까지 경험할 수 있다.

그랑크뤼 1등급 샤토 마고 전경

▶‘세컨드 와인 어떻게 찾지?’=지금까지 세컨드 와인은 일부 애호가의 전유물이었다. 세컨드 와인인지 여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랑크뤼 와인 이름을 몇 가지 기억해두면 세컨드 와인임을 짐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와이너리들이 유사한 방식으로 세컨드 와인의 이름을 짓기 때문이다. 퍼스트 와인의 이름이 ‘샤토 OO’인 경우 세컨드 와인은 샤토 대신 다른 단어를 넣고 ‘OO’을 덧붙인다. 즉 ‘샤토 라투르’의 세컨드 와인은 ‘레 포르 드 라투르’이다. ‘샤토 탈보’의 세컨드 와인 ‘코네타블 탈보’, ‘샤토 카망삭’의 세컨드 와인 ‘바이 드 카망삭’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예외도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샤토 그뤼오 라로즈’의 세컨드 와인 ‘라로즈 드 그뤼오’나 ‘샤토 브랑 캉트낙’의 세컨드 와인 ‘르 바롱 드 브랑’ 등과 같이 단어의 위치가 바뀌거나 일부 단어만 포함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랑크뤼급 세컨드 와인의 최고봉은=세컨드 와인 1호는 지난 1932년 ‘샤토 무통 로칠드’에서 생산한 1930년산 ‘무통 카데’다. 당시 메독 지방의 포도 작황이 좋지 않자 샤토 무통 로칠드의 오너는 와인에 ‘샤토 무통 로칠드’란 이름 대신 ‘막내’, ‘둘째’를 뜻하는 ‘카데(Cadet)’를 붙여 ‘무통 카데’로 선보였다. 이 와인이 호응을 얻자 다음해 ‘무통 카데’는 다른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을 내놓았고, 덕분에 ‘무통 카데’는 별도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생산되는 ‘샤토 무통 로칠드’의 세컨드 와인은 무통 로칠드 포도밭의 어린 포도로 생산되는 ‘르 프티 무통 드 무통 로칠드’이다.

특1급 와인 ‘샤토 마고’는 ‘파비용 루즈 드 샤토 마고’라는 세컨드 와인을 가지고 있다. ‘파비용 루즈 드 샤토 마고’의 섬세하고 여성적인 풍미는 ‘샤토 마고’에 견줘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샤토 마고’의 2000년 빈티지가 와인스펙테이터에서 100점 만점을 받았을 때 ‘파비용 루즈 드 샤토마고 2000’도 94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샤토 라투르’의 세컨드 와인 ‘레 포르 드 라투르’는 세컨드 와인의 최고봉으로 손꼽힌다. 비교적 어린 포도를 사용, ‘샤토 라투르’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제조한다. 때문에 ‘샤토 라투르’에 비해 풍미가 가볍고 숙성이 빠른 점을 제외하면 퍼스트 와인을 빼닮았다. 라투르는 세컨드보다 한 단계 더 낮은 서드 와인(Third wine) ‘포이약’도 생산하고 있다.

그랑크뤼급의 세컨드 와인에는 ‘샤토 그뤼오 라로즈’의 ‘라로즈 드 그뤼오’와 ‘샤토 탈보’의 ‘코네타블 탈보’, ‘샤토 뒤포르 비방’의 ‘비방’ 등도 유명하다.

샤토 뒤포르 비방

그랑크뤼 2등급 ‘샤토 그뤼오 라로즈’의 세컨드 와인 ‘라로즈 드 그뤼오’의 인기는 퍼스트 와인에 맞먹을 정도다. 프랑스 국적기인 에어프랑스 기내에선 1등석은 ‘샤토 그뤼오 라로즈’를, 2등석은 ‘라로즈 드 그뤼오’를 각각 제공하고 있다. 

샤토 그뤼오 라로즈

‘샤토 탈보’의 세컨드 와인 ‘코네타블 탈보’는 국내에 폭넓은 애호가층을 확보하고 있다. 퍼스트 와인에 뒤지지 않는 풍성한 부케와 매끈한 타닌을 지니고 있지만, 가격은 ‘샤토 탈보’의 절반 수준이다.

▶크뤼부르주아급도 세컨드 와인 있다=그랑크뤼급보다 풍미가 한 단계 아래인 크뤼부르주아급 중에는 ‘샤토 샤스 스플린’의 세컨드 와인 ‘오라투아르 드 샤스스플린’이 있다. 이 와인은 퍼스트 와인보다 정교함과 묵직함은 덜하지만 그와 매우 흡사한 풍미를 지니고 있다는 게 와인 전문가들의 견해다. ‘샤토 시트랑’과 세컨드 와인 ‘물랭 드 시트랑’도 같은 해 세계 시장에서 나란히 우수한 평가를 받아 품질을 인정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빛의 와인’으로 불리는 ‘샤토 브리에’의 세컨드 와인 ‘레 오 드 브리에’도 있다. 퍼스트 와인과 포도품종, 블렌딩 방식이 동일하다. ‘샤토 브리에’보다 시음 적기가 빨라 출시 후 3~5년 뒤 마시는 것이 좋다. 조상덕 금양인터내셔날 마케팅팀 부장은 “세컨드 와인이 다른 등급의 그랑크뤼 와인보다 풍미가 뛰어난 경우도 있다”면서 “이 같은 보석같은 세컨드 와인을 발굴, 수집하는 애호가들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m.com


분류 와인명 세컨드와인
그랑크뤼 클라쎄 샤토 마고 05 (290만원) 파비용 루즈 드 샤토 마고 06 (30만원)
샤토 라투르 06 (250만원) 레 포르 드 라투르 (50만원)
샤토 그뤼오 라로즈 06 (27만원) 라로즈 드 그뤼오 06 (9만원)
샤토 뒤포르 비방 04 (17만원) 샤토 비방04 (8만원)
샤토 탈보 06 (20만원) 코네타블 탈보 06 (9만원)
크뤼부르주아 샤토 샤스스플린 06 (10만원) 오라투아르 드 샤스스플린06 (6만5,000원)
샤토 브리에 05 (10만원) 레 오 드 브리에 05 (6만원)
샤토 시트랑 05 (9만원) 물랭 드 시트랑 01 (5만5,000원)